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이세돌, 구리 10번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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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번기의 의미

 우선 10번기가 바둑기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대충 설명부터 한다.
 프로기사들은 자기 실력에 대해 자부심이 많다. 특히 1류기사들은 지는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중요한 대국을 한판만 져도 몇 일밤씩 잠을 못잔다고들 하더라.
 (일게이들도 친구랑 스타한판 하다가 져도 부들부들 하지 않노? 그 기분 X 10,000,000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번기를 한다는 건 둘 중 하나는 바둑 기사에서 은퇴를 하거나 폐인이 되어 다시 재기가 불가능할 것을 각오하고
 둘이 정면으로 붙어서 실력의 우위를 가리를 시합이다.
 예전에는 한쪽이 3연승을 하면 접바둑으로 바꾸어 두기도 했다는데 그건 정말 너무 잔인한 일이라 요즘은 엄두도 안낸다.
 10번기라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도 몇 번 없었고 가장최근의 10번기는 100년 정도 전에 있었다.
 (기원 할배들 10번기 말고..당대 1인자끼리의 대결) 

2. 성사과정

 이세돌과 구리, 둘은 정말 라이벌이다. 나이도 똑같다.
 비교할 대상도 없이만 굳이 치자면 메시와 호나우두 정도될까?
 상대전적(21승 1무 21패)도 똑같을 정도로 정말 치열하게 싸우고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만화같은 존재다.
 이세돌은 이창호의 세계 1인자 자리를 물려받았고
 구리는 이창호와 이세돌에 밀려 세계대회 우승에 목말라 하던 중국에 우승컵을 7개씩이나 가져다준 보물같은 존재였다.
 (참고로 짱깨는 축구와 바둑을 무척 좋아하고 한국을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이창호 만큼은 신처럼 받든다)

비교1.jpg

 그런데 이 둘이 2012년에 최고의 세계대회로 손꼽히는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즈의 결승에서 구리와 이세돌이 격돌했다.

 예선전에서 둘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다는
 4패빅을 만들며(바둑은 원래 무승부도 나오기 정말 힘든 게임인데 4패빅은 정말 더더욱 나오기 어렵다)
 재대국 끝에 구리가 이겼었고
 이세돌은 패자전을 통해 본선에 올라 결승까지 올랐다.
 이러한 과정탓에 둘의 대결은 더욱더 흥미로웠는데...

 3판 2선승제의 결과는?
 첫판은 구리가 상당히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실수로 반 집을 지고 만다.(한집도 아니고 반집..반집은 하늘이 정해준다고 함)
 둘째판은 구리가 절치부심..상대도 안되게 만방으로 이긴다.
 스코어 1:1
 마지막판도 구리가 상당히 유리한 가운데 바둑이 이어졌으나 또 다시 구리의 실수로 역전을 허용, 통한의 반집패를 당한다.

 이를 본 중국의 한 기업가가 "우리 세계최강의 구리가 이럴리 없다"라고 짱깨국뽕을 맞았는지
 둘이 10판은 붙어봐야 실력을 아는거 아니냐며
 우승자에게는 10억을, 준우승자에게는 3천만원을 주는 10번기를 제안한다.
 (말이 3천이지 1류 바둑기사들에게는 차비도 안되는 푼돈이다. 일게이로 치면 3만원) 
 결국 둘은 이를 받아들이고 중국에서 9판, 한국에서 1판 총 10판의 바둑을 두기로 한다.

성사1.jpg성사2.jpg

 사실 성사과정에서 이세돌이 네시간 바둑과 초읽기 1분을 달라고 했는데
 속기가 특기이던 구리가 설마 받아들일까 막 질러봤음에도 불구하고 짱깨 특유의 대인배 모습으로
 이세돌이 원하는 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여 이세돌 본인도 놀랐다고 한다.

3. 진행상황
  총 10판까지 두는 바둑에서 초반에 이세돌이 2:0으로 앞서갔으나 다소 방심한 탓인지 2:2까지 몰렸었다가
  현재는 내리 3판을 이겨 5:2로 최소한 무승부는 확보한 상태까지 왔다.
  7판째 내용을 잠깐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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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이 129를 두자 구리는 99번과 105번 돌을 살리기 위한것이라고 판단, 손을 빼고 130번으로 두었다.
  130번 수는 흑집을 없애면서  자기의돌은 살리고 공격까지 겸하는 천하의 명당자리.

  하지만 이세돌이 준비한 다음 한수로 바둑은 사실상 끝이난다.
  제대로 크로스 카운터 때린셈

  2.png

  그게 바로 저 1번 자리다.
  저 수로 공격하던 두 돌들이 한방에 끊어지며 오히려 두 대마중 하나는 죽을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된다.
  그 뒤에 많이 더 두어졌지만 사실상 승부는 저기서 끝
  해설자들도 프로바둑에서 저렇게 한방에 승부가 결정되는건 매우 드문일이라고 놀라워하더라.


4. 마무리
  다음판이 구리의 고향에서 두는데 여기서 이세돌이 이긴다면 10억과 바둑역사에 길이남는 승리자로 기억될거다.
  반면 구리는 중국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도 불구하고 자기 고향에서 6:2로 지게된다면 정말 자살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국 내용까지 보면 정말 만화도 이런 만화가 없을 정도의
  엄청난 뒷이야기가 많지만 정보글 싸지르는게 이렇게 힘든지 몰라서 여기까지 한다.
  다음 8번째 경기는 9월 마지막주 일요일이다.
  국뽕의 마무리가 될 것인지 짱깨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줄 희망의 대국이 될 것인지 흥미있게 지켜보자.


3줄 요약
 1. 이세돌 구리 천하의 라이벌 너죽고 나죽자 막가파 싸움 대결
 2. 현재까지 이세돌이 최소한 무승부 확보 벼랑끝에 몰아 넣음
 3. 아직까진 한국바둑이 세계최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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