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0일 월요일

샌드킹 (2)

사흘 뒤, 잘라 워는 휴면 상태의 샌드킹과 설치를 맡을 일들을 데리고 크레스의 저택으로 왔다. 워의 조수틀은 크레스가
지금까지 전혀 본 적이 없는 외계인들이었다. 그들은 땅딱막하고 넓은 몸을 가진 두 발 동물이었으며 네 개의 팔과 튀어나온 복안(朧雌)을 가지고 있었다. 피부는 두꺼운 가죽 같은 느낌이었고, 뜻밖의 장소에서 뒤틀려 뿔이나 가시나 돌기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배우 힘세고 유능한 일꾼들이었다 위는 크레스가 이전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적인 언어로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감독했다.
작업은 하루에 다 끝났다 그들은 크리스의 피라니아 수조를 널찍한 거실 가운데로 옮겨다 놓은 뒤 구경하기 좋도록 양쪽에
긴 소파를 배치했다. 수조 안이 깨끗이 칭소뒤 듸 용기 높이의 3분의 2 되는 곳까지 모래와 바위가 채위졌다. 그 다음에는 특수한 조명 시스템이 설치되었다. 이것은 샌드킹이 좋아하는 은은한 붉은 빛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고 안에 홀로그램을 투사하는 기능도 있었다. 그들은 수조 윗부분에:-· 사료 공급 상피가 내장된 튼튼한 플라스틱 덮개를 씌웠다.


"이렇게 하면 덮개를 벗기지 않고도 샌드=_킹들에게 먹이론 줄수 있습니다. "


워가 설명 했다.


"모빌이 한 마리라도 달아나서는 안 될 테니까요."

덮개에는 용기 안의 공기를 알맞은 습도로 유지하기 위한 기후 조절장치도 달려 있었다.

"평상시에는 약간 건조한 상태가 좋습니다만, 너무 건조해서도 안됩니다."


워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네 개의 팔을 가진 일꾼들 중 한 명이 수조위로 기어 올라가서 안으로 내려간 뒤, 네 귀통이에 깊은 그멍을 팠
다. 그의 동료 하나가 냉동 수송 케이스 안에서 동면중인 모오들을 한 개씩 꺼내 그에게 넘겨 주었다. 그것들은 매우 볼품이 없었다 크레스에겐 얼룩덜룩한, 반쯤 상한 날고기 조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입이 하나씩 달린 것 말고는
외계인 일꾼들은 그것들을 용기의 모서리마다 한 개씩 묻었다. 그들은 용기를 밀봉한 뒤 방에서 나갔다.

"온도가 상승하면 모오들은 동면에서 깨어납니다. "


워가 말했다.


"모빌들은 일주일 안에 부화해서 굴을 파고 모래 위로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먹이를 충분히 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완
전히 자리잡기까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테니까요 약 3주일 뒤엔 성을 쌓을 겁니다."

"얼굴은? 언제쯤 내 얼굴을 조각하게 되는 거요?"


"한 달 정도 지난 뒤부터 홀로그램을 켜 놓으시면 됩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조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궁금하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언제든지 친절하게 도와드리겠습니
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일꾼들을 데리고 크레스의 저택에서 떠났다.
크레스는 용기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뒤 마약담배에 불을 붙였다. 텅 빈 작은 사막에서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는 초조한 기
색으로 플라스틱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긴 뒤, 얼굴을 찡그렸다.

나흘째 되던 날, 모래 밑에서 작은 움직임을 힐끗 본 것 같았다. 닷새째 되던 날, 최초의 모빌이 나타났다. 흰색의 모빌 한 마리였다. 엿새째 되던 날, 한 다스 가량의 샌드킹 모빌이 나와 있었다. 횐색과 붉은색과 검정색. 오렌지색 모빌들은 진행이 조금 더뎠다. 그는 반쯤 섹은 음식 찌꺼기 한 사발을 급여 장치를 통해 공급해 주었다. 모빌들은 즉시 먹이를 감지하고 달려들어 음식조각을 각자의 보금자리 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같은 색깔을 가진 각 집단은 자기들끼리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였지만, 다른 집단과 싸움을 벌이지는 않았다. 크레스는 약간 실망했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렌지색 모빌은 여드레째가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색깔의 샌드킹들은 이미 작은 돌 조각들을 운반해다가 엉성한 요새를 짓는 중이었다. 아직 전투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직 모빌의 크기는 '워 앤드 세이드' 가게에서 본 것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크레스는 그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주일째가 끝나갈 무렵에는 성들이 제법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잘 조직된 모빌의 대 부대들이 무거운 사암과 화강암 조각을 각 귀퉁이로 운반했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모빌들은 좌우 턱과 덩굴손을 이용해서 정위치에 모래를 밀어 넣고 있었다. 크레스는 모빌들이 용기 안의 어떤 장소에 있더라도 그들이 일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도록 확대경을 구입했다.
그는 높다란 플라스틱 벽 주위를 돌아다니며 관찰을 계속했는데, 실로 매력적인 광경이 계속되고 있었다. 단지 성의 모습이 크레스의 취향에 비하면 좀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다음날 그는 급식 장치를 통해 먹이와 함께 약간의 흑요석과 색유리 조각을 넣어 주었다. 몇시간 내에 성벽의 일부분이 된 그 울긋불긋한 조각들을 보고 크레스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제일 먼저 검은 모빌들의 성이 완성되었고, 횐 모빌과 붉은 모빌의 성이 뒤이어 마무리 지어졌다. 가장 늦게 완성한 것은
역시 오렌지색 샌드킹이었다. 크레스는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 식사할 때도 음식을 거실까지 가지고 와서 소파에 앉은 채로 먹그러나 그는 갈수록 실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며칠이 더 지나면서 성들은 더 높아지고 웅장해졌다. 크레스는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사업상의 전화를 받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지만, 그러나 샌드킹은 자기들끼리 싸우지 않았다. 크레스는 점점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먹이의 공급을 중단했다.
사막의 하늘에서 음식 찌꺼기가 떨어지는 일이 중단된 지 이틀 뒤, 네 마리의 검은 모빌이 한 마리의 오렌지색 모빌을 포위
하여 붙잡고는 자신들의 모오가 있는 성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먼저 그들은 포로의 턱과 더듬이 그리고 팔다리를 잘라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자신들의 작은 성의 어두침침한 정문을 통해 안으로 끌고갔다. 그 포로 모빌은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사십 마리 이상의 오렌지색 모빌들이 사막을 가로질러 진격해 와서 검은 모빌들의 성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들은 성의 깊숙한 곳에서 쏟아져나온 검은 모빌들에게 숫적으로 압도당하고 있었다. 전투가 끝났을 때 공격자 측은 전멸해 있었다.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는 놈들은 줄줄이 검은 모오의 밥이 되기 위해 성 아래로 운반되어 갔다.
크레스는 비로소 희열을 느끼며 자신의 천재적인 수완을 자화 자찬했다.
다음날 용기에 먹이를 넣어 주자,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삼파전이 벌어져 용기 안은 대 전장으로 돌변했다. 이번에는 횐색 모빌이 대승리를 거두었다.
그 뒤로는 전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잘라 워가 샌드킹들을 가져온 지 거의 한달쯤 지났을 무렵 크레스는 홀로그램 투사기를 작동시켜 자신의 얼굴을 용기 내부
에 투영하기 시작했다. 영상은 천천히 회전하며 그의 얼굴 모습을 네 개의 성에 고루 보냈다 입체 영상은 크레스가 고르고 골라 넣은 것이었다. 장난기 어린 미소와 큰 입, 그리고 통통한 볼. 푸른 눈이 반짝거렸고 반백의 머리카락은 요즘 유행대로 단정하게 한쪽으로 빗어 넘겨져 있다. 눈썹은 가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샌드킹은 작업을 개시했다. 크레스는 하늘에서 자신의 얼굴이 그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동안에 아낌없
이 먹이를 주었다. 마침내 전쟁은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모든 행동은 숭배의 조각 의식에 집중되었다.
그의 얼굴이 성벽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네 개의 성에 새겨진 얼굴은 처음에는 전부 똑같아 보였다.
그러나 작업이 진척됨에 따라 복제품들을 관찰하던 크레스는 각자의 기교와 완성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붉은색 모빌들이 가상 독창적이었다. 그들은 작은 슬레이트 부스러기를 이용해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까지 표현하고 있었다. 흰색 모빌들의 우상은 젊고 장난기가 있게 보였다. 반면에 검은 모빌들이 새긴 얼굴은 - 실질적으로는 주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다른 것과 동일했는데도 - 현명하고 자애로운 느낌을 주었다. 오렌지색 샌드킹들 것은 여느 때처럼 제일 늦었고 또 제일 볼품이 없었다.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전개된 전쟁 탓인지 그들의 성은 다른 것들에 비하면 비참할 정도였다. 그들이 새긴 크레스의 얼굴은 조잡하고 만화 같은 모습인데다가 더 이상의 손질도 없이 내버려 둔 상태였다. 그들이 얼굴을 새기는 작업을 중단했을 때 필레스는 매우 불쾌한 기분을 느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샌드킹들 모두가 크레스의 얼굴 조각을 완성하자, 그는 홀로그램을 껐다. 이제 슬슬 파티를 열 때가 된 것이다. 친구들은
깜짝 놀랄 것이 틀림없다. 그들을 위해 전쟁을 연출하는 방법도 있다. 그는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초청객의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파티는 대성공이 었다.
크레스는 서른 명을 초대했다. 그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가까운 친구 몇 명과 서너 명의 옛 애인들, 그리고 그의 초청을 거
절 못할 입장에 있는 사업상, 또는 사교상의 라이벌들. 그들 중 몇몇은 샌드킹 때문에 당황하고 기분을 상할 것이 들림없다는 점을 크레스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는 그렇게 될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사이은 크레스는 손님 중 최소한 한 명이 분노를 못 이겨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는 한, 그 파티는 실패인 것으로 간주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충동적으로 잘라 워의 이름을 초청객 리스트에 집어 넣었다.


"원한다면 세이드를 데려와도 좋소,"


초청장을 작성할 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녀가 초청을 수락한다는 답장을 보내왔을 때 그는 놀랐다.

"유감스럽게도 세이드씨는 참석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사교모임에 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워의 초청 수락 답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여 있었다.


"당신의 샌드킹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에 기꺼이 참석하겠습니다. "


크레스는 손님들을 위해 호화로운 식사를 준비했다. 떠들석한 대화가 일단 끝나고 손님 대부분이 와인과 마약담배에 의해 나른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그는 각자가 남긴 음식물들을 손수 큰 사발에 쓸어담아 방문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모두 이 쪽으로 오시죠."


그가 말했다.


"여러분께 나의 새로운 애완동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사발을 들고 그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샌드킹은 그가 기대했던 대로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 날을 위해 이틀 동안 굶겨 놓았기 때문에 매우 전투적인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손님들이 용기 주위를 둘러싸고 크레스가 용의주도 하게 준비해 놓은 확대경들 너머로 지켜보는 동안 샌드킹은 음식 찌꺼기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전투가 끝났을 때 죽어 있는 모빌은 거의 육십 마리에 달했다. 최근 동맹을 맺은 붉은색과 하얀색이 먹이의 대부분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크레스, 당신은 정말 구역질나는 인간이예요."


캐스 물레인이 그에게 얼굴을 바싹 갖다대고 내뱉었다. 2년 전, 짧은 기간 동안 그녀와 함께 산 적이 있었는데, 크레
스는 그녀의 싸구려 감상벽에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헤어졌던 것이다.

"당신의 초청에 응한 내가 바보였어요. 혹시나 당신이 생각을 바꿔 사과하려는 줄 알았는데, "


그녀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귀여운 강아지를 크레스의 셈블러가 먹어치운 뒤로 그녀는 결코 크레스를 용서하려 하지 않았다.

"다시는 나를 초대하지 말아요, 사이몬."


그녀는 사람들의 한바탕 폭소를 뒤로 하고, 함께 왔던 새 애인과 함께 집 밖으로 걸어 나가버렸다.
다른 손님들은 그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부어 댔다.


"샌드킹들을 어디서 구했는가?"


"「워 앤드 세이드 수입 상점」에서 구입했지."


그는 정중한 동작으로 잘라 워를 가리켰다. 그녀는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조용히 보내고 있었다.


"왜 자신들의 성을 크레스의 초상으로 장식하는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선한 일들의 원천이기 때문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신약성서에는 '모든 선한 일들은 하나님에게서 비롯된다'라는 구절리있다: 역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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