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0일 월요일

로봇1 강철도시(2) - 아이작 아시모프

경찰국장은 잠시 고개를 들고는 자기 부하의 얼굴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야. 만일 연방 검찰청에 이 사건을 맡긴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네, 라이지. 우리는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몰라."
"우리의 목을 친다구요? 그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 아닙니까? 경험있는 형사란 그리 흔치 않아요."
경찰국장이 말했다.
"R. 들이 있잖은가. 그들이 우리 일을 대신할 수 있지."
"뭐라구요?"
R.새미는 아주 저급한 로봇이지. 그래서 심부름을 담당하고 있지만, 다른 로봇은 자동고속도로의 순찰을 맡을 수도 있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이게 현실이라네, 라이지. 나는 자네보다는 우주인을 더 잘 알고 있어.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지. 자네나 내가 하는 일을 대신해서 처리할 수 있는 R. 은 많이 있다네. 그러니 만일 이 일에서 우리가 손을 놓아버린다면 우리는 강등될 수밖에 없어. 환상은 금물이야. 우리 나이에 새로 직장을 구한다고 생각해보게. 그건 정말......"
베일 리가 거칠게 국장의 말을 끊었다.
"그만하십시오. 알겠어요."
경찰국장은 약간 열적다는 표정으로 베일리를 보았다.
"미안해, 라이지."
베일리는 아무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버지의 일을 머리에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물론 국장도 그 일을 알고 있었다.
베일리가 물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을 로봇으로 갈아치우려는 음모가 시작된 겁니까?"
"라이지, 자네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구만. 그 일은 어제 오늘 시작된 게 아니야. 오래 전부터...... 그래, 25년 전 우주인이 처음 지구에 도착한 이래로 계속 추진되어온 거야. 단지 요즘 들어서 실제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지. 이렇게 내가 말해줘야만 알겠나? 만일 우리가 이번 사건의 수사에서 실패하고 만다면 그 과정은 훨씬 앞당겨지겠지. 연금지급 증명서도 단념해야만 할 거고, 하지만 직접 우리 손으로 이번 사건을 잘 처리해내기만 한다면 적어도 그런 과정은 저만치 떠밀어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번 일은 자네에게 출세의 길을 터줄지도 모른다네."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는 형사반장이 될지도 몰라."
"내겐 그런 자격이 없어요, 국장님. 나는 겨우 C-5급 형사일 뿐인걸요."
"C-6급으로 승진하고 싶지 않은가?"
베일리는 C-6급이라는 계급이 어떤 특권을 가져다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동고속도로를 타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10시부터 16시까지뿐 아니라 출퇴근시의 러시아워에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보다 시설이 좋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 또 제시에게 일광욕실 티켓을 얻어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승급하고 싶지 않느냐구요? 물론 그러고 싶지요. 그러고 싶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거지요. 하지만 이번 일을 잘 처리해내지 못한다면 난 어떻게 될까요?"
베일 리가 냉정하게 말하자 경찰국장은 아첨하듯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나, 라이지? 자네는 훌륭한 사복형사야. 우리 경찰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 중 하나라구."
"하지만 경찰국 안에는 나보다 높은 등급을 가진 사람이 예닐곱 명이나 더 있지 않습니까? 왜 그 사람들을 제치고 나를 선택하셨죠?"
베일리는 '국장님은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치켜주시는 법이 없던데요' 하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그런 의사를 감추지 못했다.
국장은 양손을 맞잡으면서 이야기했다.
"그건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자네는 내게 있어서 다른 사람처럼 단순한 형사가 아니야, 라이지. 우리는 친구나 다름없잖아. 나는 자네와 함께 지냈던 대학시절을 잊지 못하네. 때때로 내가 잊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계급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뿐이야. 나는 경찰국장이잖아. 자네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테지? 하지만 난 변함없이 자네를 후배이자 친구로 여기고 있다네. 나는 이번 일이 자네를 위한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라이지, 나는 꼭 자네에게 이 기회를 주고 싶어."
베일리는 딱딱하게 대꾸했다.
"그게 첫 번째 이유라는 거군요."
"두번째 이유를 말하지. 그건 자네가 나를 친구로 여기고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었으면 하기 때문이야."
"무슨 부탁입니까?"
"이번 사건을 우주인 파트너와 함께 수사해주었으면 하는 거야. 우주인 쪽에서는 그걸 조건으로 내걸었지. 그들은 본국 정부에다 이 살인사건을 보고하지 않겠다고 했네. 하지만 우리에게 수사를 맡기는 대신 자신들 중 하나를 이 살인사건 수사에 참가시켜달라고 요구했지."
"우리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거로군요."
"그건 그럴 테지. 만일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해내지 못하면, 그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본국 정부로부터 견책을 받아야 할 걸세. 그러니 그들로서도 우리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라이지, 난 그들이 선의로 그러는 거라고 믿고 싶네."
"물론 그들도 선의는 갖고 있겠지요. 바로 그 점이 문제지만......"
경찰국장은 이 말을 못들은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듯 무표정하게 말했다.
"우주인 파트너와 함께 일해주겠나, 라이지?"
"국장님의 부탁이라는 게 그겁니까?"
"그래. 우주인이 내건 조건이 무엇이든지 간에 신경쓰지 말고 자네가 이 일을 맡아주었으면 고맙겠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고맙네, 라이지. 그럼 우주인은 자네 집에 묵도록 하겠네."
"아니, 우리집에서 묵다니요?"
"알아, 안다구. 하지만 자네 아파트는 넓지 않나. 방이 세 개나 되고 아이는 하나밖에 없고..... 그는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내가 보장하겠네."
"제시가 반대할 겁니다."
"자네가 설득해보게."
경찰국장은 너무나 진지했다. 베일리를 쳐다보는 그의 두 눈은 그가 걸치고 있는 안경 렌즈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 같았다.
"나를 봐서라도 그렇게 해준다면 사건이 종결된 후에 내가 무슨 수를 서서라도 자네를 승진시켜주겠네. C-7급으로 말야. C-7급으로!"
"됐어요, 국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베일리는 의자에서 일어나려다가 엔더비의 얼굴에서 뭔가 더 할 말이 있음을 눈치채고 도로 앉았다.
"뭔가 하실 말씀이 더 남아 있는 것 같은데요."
국장은 느릿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어."
"뭔데요?"
"자네 파트너의 이름이야."
"이름이 무슨 상관입니까?"
경찰국장이 말했다.
"우주인들은 이상한 짓을 하곤 하지. 그들이 보내겠다는 파트너가 실은...... 저, 실은......"
베일리는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그렇게 해야만 해, 라이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네.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어."
"내 아파트에 묵는다고 했잖습니까? 그런 걸 집에 데리고 있으라는 겁니까?"
"친구의 부탁이라고 생각하게. 부탁이야!"
"아니, 그럴 수는 없어요!"
"라이지, 이 사건을 맡길 만큼 미더운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 다시 모든 걸 설명해야만 하겠나? 우리는 우주인과 서로 힘을 합해서 이번 일을 해결해야 해. 성공해야만 한다구.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 우주인들이 우주선단을 이끌고 지구에 오는 걸 막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자네는 그들의 R. 중 하나와 파트너와 되어야만 하네. 그런데 만일 그 로봇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우리가 무능하다고 보고해버린다면 우리는 끝장이야. 지구 경찰 전체가 무능하게 되는 거지. 그건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니 자네는 이번 수사에서 자네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야만 하네. 그와 힘을 합해서 일을 하더라도 사건의 해결은 반드시 자네의 손으로, 그가 아닌 바로 자네의 손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거야. 이해하겠지?"
"요컨대 그와 백 퍼센트 긴밀한 협조를 나뉘되, 그의 숨통을 죄라는 말씀이지요? 한 손으로는 등을 두드려주고 다른 손으로는 칼을 잡으라는 거군요."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그 방법 뿐이야."
라이지 베일리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제시가 무라고 할지 모르겠군요."
"내가 한번 그녀를 설득해볼까?"
"아닙니다. 괜찮아요."
베일리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내 파트너의 이름이 뭐죠?"
"R. 다닐 올리버일세."
"그렇게 돌려서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국장님. 나는 이제 그와 함께 일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의 풀 네임을 쓰겠어요. 로봇 다닐 올리버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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