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0일 월요일

로봇1 강철도시(3) - 아이작 아시모프

자동고속도로

자동고속도로는 평소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래층 입석에 선 시민, 위층 좌석에 앉은 특권층들...... 이모든 사람들은 끊임없이 흘러흘러 감속대를 지나서 고속도로의 다른 갈래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똑같이 감속대를 지나 아치 밑을 빠져나오거나, 다리를 건너 시티의 끝없이 뻗은 미로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정지대 쪽으로 움직여갔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반대편에서는 도 다른 무리들이 쉴새없이 흘러흘러 가속대를 지나 자동고속도로로 들어가고 있었다.
조명은 쉬지 않고 자동고속도로를 비추었다. 양쪽 벽과 높은 천장은 번쩍이는 빛을 내고 있었다. 그것은 인광 같은 느낌마저 감도는 차가운 빛이었다. 전광판의 섬광이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멀리서 보이는 전광판의 글자들은 마치 꼬물거리고 있는 수많은 빛벌레들 같았다.
'이 길은 저지 지구로 가는 일입니다. 이스트강으로 가실 분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시오. 롱아일랜드 지구로 가실 분들은 위층에 있는 도로를 이용하시오.'
들려오는 소리에는 생명력이 넘쳐흘렀다. 몇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내는 말소리, 웃음소리, 기침소리, 외치는 소리, 흥얼거리는 소리, 그리고 숨소리...... 베일리는 불현듯 우주시로 가는 방향표시는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자동고속도로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능숙하게 뛰어넘었다.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어른들은 곧바로 감속대와 가속대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자동고속도로를 타고 내리는 연습을 시킨다. 베일리는 한 걸음씩 발을 떼어놓을 때마다 느끼게 마련인 가속과 감속의 충격을 이제는 거의 느끼지 않게 되었다. 속도의 변화에 대응해서 몸이 자동적으로 앞으로 기운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 단계인 시속 60마일 고속대에 도착하여, 벽이 유리로 되어 있고 난간이 둘러쳐진 자동고속도로로 옮겨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초정도에 불과했다. '우주시 방향을 가리키는 표시가 정말 없구나' 하고 그는 다시 생각했다.
사실 그 방향표시는 필요가 없었다. 만약 우주시에 용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방향을 알고 있다. 25년 전쯤 우주시가 지구에 처음으로 건설되었을 당시에는 우주시를 구경하러 가는 일이 대유행이었다. 시티의 주민들 몇 십만, 몇 백만 명이 우주지 쪽으로 계속 몰려들었다.
그러자 우주인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들은 늘 그렇듯 점잖게 그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그들은 타협을 몰랐다. 그들은 재빨리 시티와 우주지 사이에 강력한 전자파 장벽을 설치했고, 이민수속과 관세를 담당하는 기관을 설치했다.
만일 우주시에 용무가 있는 사람은 신원증명을 내 후 그곳 의사의 엄격한 건강진단과 일정한 소독절차를 마친 뒤에야 비로소 우주시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일은 지구인들 사이에 극심한 불만을 불러일어켰다. 불만은 날로 커져만 갔고, 우주인들이 지구에 도입하려고 하는 이른바 '근대화'정책 수행에까지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해졌다.
베일리는 당시의 장벽제거폭동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역시도 폭도들 중 하나였다. 흥분한 군중은 자동고속도로 난간에 기어올라가 등급은 아P 무시한 채 좌석을 차지했다. 그리고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자동고속도로 위를 마구 뛰어넘어 우주시 장벽 바깥쪽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꼬박 이틀 동안 구호를 외쳤고, 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해 항의하며 시티의 시설을 마구 파괴했던 것이다.
베일리는 지금도 당시 성난 군중들이 불렀던 누래 중 몇 곡은 되살려낼 수 있었다. 그 노래 중에는 '힝키 딩키 팔리 부우'라는 후렴구가 붙은 옛날 민요를 개사한 노래와 '인간은 어머니 지구에서 태어났다네, 알겠지?'라는 곡이 있었다.

인간은 어머니 지구에서 태어났다네
알겠지?
지구는 인간을 낳아준 어머니라네
알겠지?
꺼져라, 우주인아
어머니의 품에서 나가버려라
더러운 우주인아
알겠지?

이런 노래는 몇 백 가지나 있었다. 재치있는 것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유치한 노래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노래든지 모두 마지막 후렴구에는 '더러운 우주인아, 알겠지?' 라는 구절을 달고 있었다. 더러운 주인인, 돼먹잖은 우주인!
그들은 모두 우주인이라는 증오스러운 존재에 대해 공허한 멸시의 말을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우주인들이야말로 지구인을 구제할 도리가 없는 병원균의 온상이라고 여기고 상대조차 하려 들지 않는데......
그렇다고 우주인들은 떠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공격용 무기조차 꺼내들 필요가 없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대에 뒤진 지구의 함대가 우주국가의 전함에 접근하는 일은 자살행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우주시가 건설된 직후에 그곳의 영공을 침범했던 지구의 항공기는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날개의 파편 한 쪽이 땅 위에 떨어진 게 고작이었다. 도 군중들이 아무리 흥분으로 눈이 뒤집혔다. 해도, 그들은 백 년 전 우주인이 지구인과의 전쟁에서 사용하던 서브에테르식 소형무기에 대한 공포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우주인들은 그냥 덤덤하게 장벽의 저쪽에 그대로 앉아 있기만 하면 되었다. 장벽은 그들의 발전된 과학기술의 산물이었고, 그 장벽을 파괴할 능력이 지구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시티 당국이 최면가스와 구토제를 살포해서 폭동을 진압할 때까지 달리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듯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을 뿐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지하형무소는 당시 체포된 폭동 주동자들과 불평분자들, 그리고 별로 한 일도 없지만 그곳에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혀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모두 석방되었다.
얼마간 시일이 경과하자 우주인은 지구인을 제한하던 조치를 보다 완화했다. 장벽은 철거되었고, 대신 뉴욕 시티 경찰국이 우주시를 격리해서 보호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완화된 제한조치들 중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신체검사가 덜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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