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일 수요일

스티븐 스필버그

  공부하고는 담을 쌓아 놀림 당하는 소년. 고교 2학년때 학교를 그만두고 학습 지진아 학급에 편성되기도 했던 소년. 그리고 남들이 책을 보거나 운동을 할때, 8mm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곤 했던 소년.

  1975년 영화 < 죠스(Jaws) >를 통하여 4억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일약 스타 감독의 대열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야말로 문제아라고 밖엔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을 거쳐 성장했다. 공부도 운동도 형편없는 가운데 유일한 취미는 8mm 영화 촬영. 12살 때부터 단편 제작을 실시하며 -얼마 안 되지만- 용돈 벌이까지 하곤 했던 그 소년은 14세 때 이미 40분 짜리 전쟁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고, 16세엔 16mm로 그의 첫 번째 SF 영화 < 불빛(Firelight) >을 제작했다.

  고교 2년 때, 부모님의 설득으로 한번 그만두었던 학교로 돌아가긴 했지만, 학급 지진아 반에 편성된 그는 겨우겨우 한달을 버텼지만,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한 후에야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자로서의 꿈을 위하여 영화 학교를 들어가고자 했던 스필버그.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력 덕분에?- 전통적인 영화 학교에 입학을 거부당했고, 결국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영어학과에 들어가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학교 공부보다는 영화 만들기에 더 전념하던 그는 우연히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구경하러 갔다가 편집부의 고위간부인 척 실버스를 만나게 되었는데, 8mm 영화를 만든 아이에게 호감을 가진 그는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고 초대했다.

  그로선 단지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를 했을지 모르지만, 스필버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음 날 스필버그는 영화사를 찾아갔고 아예 눌러 앉아버린 것이다. 직원 신분증이나 방문증, 물론 초대증 조차 갖지 않았던 그는 단지 검은 양복에 넥타이, 그리고 아버지의 가방 하나로 스튜디오 정문을 통과했다. 그 가방엔 샌드위치와 막대 사탕 밖엔 없었지만, 여하튼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편안하게 손을 흔들고 지나가는 이 청년을 경비원은 자연스럽게 통과시켜 주었고, 그날 이후 스필버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기생충(?)이 되었다.

  양복 차림에 감독과 작가 사이에서 빈둥대는 청년. 심지어 빈 사무실을 멋대로 점거했을 뿐만 아니라, 건물 안내판에 자신의 이름을 넣기도 했던 청년. 당시 18세의 이 청년이 누군가의 눈에 띄기에는 그다지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촬영 현장을 견학(?)하던 그는, 때때로 학생 시절 자신의 작품을 직원이나 간부들에게 보여주곤 했는데, 스튜디오의 부사장이 그의 작품을 인정하고 정식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TV시리즈의 감독으로서 그는 < 마르쿠스 웰비(69) >를 시작으로 < 나이트 갤러리(69) >,< 형사 콜롬보(71) >등 여러 작품의 제작에 참여했고, < 대결(Duel,71) >이라는 작품을 통하여 그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다. 휴가 중의 사나이가 우연히 만난 트럭 운전수와의 감정 대립을 통해 극한의 대결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이 작품은, 섬뜩할 정도의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고, 해외에서는 극장용 영화로 소개됨으로서 흥행 성적과 각종 영화상을 획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통해 극장 영화에 진출하게 된 그는 1974년, 그의 첫 번째 극장용 영화 < 슈거랜드 특급(The Sugarland Express) >을 제작했다. 이것은 당시 평론가로부터 "앞으로 수년 내 청년 스필버그가 헐리웃 영화계를 접수할 것"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을 정도로 탁월한 연출과 효과를 자랑할만한 작품이었지만, 흥행에서는 실패함으로서 이제껏 재미로 영화를 만들어왔던 청년에게 노이로제에 가까운 정신적 위기를 가져왔다.

  자기 경력이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망상 속에서도 < 죠스(75) >에 전념했던 스필버그. 그리고 그의 망상은 결국 기우로 끝나고 말았다. 그 자신은 싸구려 공포 영화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그 영화가, 사상 최고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를 통해 타고난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그는, 친구인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에서 호평 받은 해리슨 포드를 주역으로 한 모험물, < 레이더스(Raiders, 1981) >, < 인디아나존스(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끝에 최근에 디지털 판으로 재상영되기도 했던 < E.T.(1982) > 등의 작품을 통해 흥행 성적을 계속 갈아치우며 인기를 몰아갔다.

  하지만, 그 스스로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감동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자부한 < E.T. >나 < 칼라퍼플(The Color Purple, 1985) >등의 작품이 평범한 작품으로 치부되는 것에 실망하면서, 그는 <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 < 쥬라기 공원(The Jurassic Park, 93) > 등의 오락물로 흥행 성적을 갈아치우는데 전념하였다.

  그러나, 특수 효과상 이외의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았던 평단은 드디어 나치의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나간 영화 <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93) >를 통하여 그에게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주는 영광을 제공하였다.

  아카데미가 그에게 미소 지은 그 순간부터 스필버그에 대한 평단의 색안경은 조금씩 사라져 갔고, 결국,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던 <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1998) >를 통해 그에겐 두 번째 감독상이 주어졌다.

  아카데미가 관심을 둘 정도로 진지하기 이를데 없는 영화를 양산(?)하는 스필버그이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으로서의 그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의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실례로 지금 이 순간, 그는 조지 루카스와 함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 <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창(Lance of Destiny) >의 제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 쥬라기 공원 4 >나, < 조로의 전설(The Legend of Zorro) >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도.

  뿐만 아니라, < 인디아나 존스 >로 조지 루카스와 손을 잡은 이래 그는 홀로 제작하는 것 만이 아니라, 많은 감독을 발탁하여 성장시키는데도 기여하였다. 로버트 저메키스, 조 단테, 크리스 컬럼버스 등 이른바 '스필버그 사단'이라 불리는 이 감독들은, 그나 루카스가 제작에 참여한 여러 작품에서 공헌을 올렸고, 지금도 꾸준히 작품을 양산하고 있다.

  한때, 나홀로 8mm 비디오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던 소년, 스필버그. 하지만, 혼자 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지금도 우리들에게 다채로운 꿈을 제공하며 새로운 미래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스필버그 작품 목록
  여기서는 그가 극장용으로 감독을 맡아 제작한 작품 만을 소개한다.
  보다 자세한 목록은  http://imdb.com/name/nm0000229 에서 확인할 수 있다.

01. 슈가랜드 특급(The Sugarland Express) - 1974. 골디혼, 벤존슨 주연.
02. 조스(Jaws) - 1975. 로이 슈나이더. 로버트 쇼 주연.
03.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리처드 드레퓌스 주연.
04. 1941 - 1979. 댄 에이크로이드 주연.
05.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 1981. 해리슨 포드. 캐런 앨런 주연.
06. E.T.(the Extra-Terrestrial) -1982. 헨리 토머스. 디 월레스 스톤 주연.
07. 환상 특급 극장판(Twilight Zone: The Movie) -1983. 댄 에이크로이드 주연.
08.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 1984. 해리슨 포드. 케이트 캡쇼 주연.
09.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 - 1985. 대니 그루버. 우피 골드버그.
10. 태양의 제국(Empire of the Sun) - 1987. 크리스챤 베일.
11.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 1989. 해리슨 포드. 숀 코너리 주연.
12. 영혼은 그대 곁에(Always) - 1989. 리처드 드레퓌스, 홀리 헌터 주연.
13. 후크(Hook) - 1991. 더스틴 호프만. 로빈 윌리암스. 줄리아 로버츠 주연.
14.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 1993.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룸 주연.
15.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 1993. 리암 니슨. 벤 키슬링 주연.
16. 쥬라기공원2;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Jurassic Park) - 1997. 제프 골드블룸, 줄리안 무 주연.
17. 아미스타드(Amistad) - 1997. 모건 프리먼. 안소니 홉킨스 주연.
18.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 1998. 톰 행크스, 맷 데이먼 주연.
19. A.I Artificial Intelligence - 2001. 해리 조엘 오스먼트 주연.
20.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 2002. 톰 크루즈 주연.
21.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 2002. 톰 행크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22. 터미널(The Terminal) - 2004.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존스 주연.
23.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 2005. 톰 크루즈. 다코타 패닝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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