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일 수요일

호라이 유지

1954년 1월 6일 세토 내해에 걸쳐 있는 아와지섬의 중앙에 위치한 효고현 스모토시(兵庫県 洲本市)에서 태어난 호리이 유지는, 효고켄스모토 고등학교를 거쳐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만화 연구부에 소속되었다. 당시 "크라잉 프리맨", "고르고13" 등의 원작이나 각본을 맡아 활동했던 코이케 카즈오(小池一夫)가 '극화의 쇠퇴를 막기 위해 구성한 양성소", 극화촌숙(劇画村塾)의 3기생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자유 기고가로서 조금씩 활동을 시작했다.

  때때로 만화의 원작 작업을 하기도 하면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잡지 등의 필자로 활동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특집 기사를 보게 되었다. 당시 컴퓨터의 'ㅋ'자도 모르는 컴맹이었던 그는 심지어 키보드 한번 두드려 본 적이 없었지만, 뭔가 일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컴퓨터를 구입하였고,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컴퓨터를 일에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이것을 기회로 베이직 등의 언어를 배우게 된 호리이 유지는 반년 뒤에는 스스로 간단한 테니스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곤 했다.

  그렇게 컴퓨터에 빠져 지내고 있을 무렵, 당시 그가 필자로 활동하고 있던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그에게 한 가지 취재 의뢰가 들어왔다.(당시 그에게 의뢰를 맡긴 것이 바로 슈에이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토리시마 카츠히코(鳥嶋和彦 *)였다.)

  그렇게 맡게 된 일거리가 바로 당시 성인 게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던 게임 회사 에닉스(현재의 스퀘어-에닉스)의 취재. 그 회사에서 실시한 제 1 회 게임 하비 프로그램 콘테스트를 취재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당시 기자로부터 건네받은 자료 중에서 '컨테스트 응모용지'를 발견한 호리이 유지는 '나도 한번 내 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에 당시 만들었던 테니스 게임("러브매치 테니스")을 응모했던 것이다.

  그리고 콘테스트 결과 발표일, 취재를 위해 행사장을 방문한 그는 입선 작품 중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 게임 제가 만든 건데요?"라는 말에 좌중에는 놀라움과 함께 웃음이 번졌고,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이 사건이 화제를 불러와 그의 첫 번째 작품은 -다른 여러 입상작들과 함께- 에닉스를 통해 시판되기에 이른다.


HORI01.jpg  그리고, 에닉스와 함께 선보인 두 번째 작품 "포토피아 연속 살인 사건(ポートピア連続殺人事件)"을 통해서 그는 게임 개발자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최근에 보다 깔끔한 그래픽으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던 이 게임은 놀랍게도 '해외에서 어드벤쳐 게임이라는 게 인기를 끄는데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제작을 시작한 작품.
  단지 "어드벤쳐 게임이라는 게 있다."는 기사 만을 보고 (한 번도 어드벤쳐 게임이란 걸 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어드벤쳐 게임'이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의 작품으로서, 무엇보다도 "문장이 재미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게 되고 PC잡지인 로그인의 취재를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또 다른 가능성을 가져왔다. 바로, 로그인의 협력을 받아 세 번째 게임(두번째 어드벤쳐)인 "홋카이도 연쇄 살인 오호츠크에 사라지다.(北海道連鎖殺人 オホーツクに消ゆ)"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85년, 호리이 미스테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카루이자와 유괴 안내(軽井沢誘拐案内)"를 선보인 그는, 자신과 함께 프로그램 콘테스트의 입상자였던 나카무라 코우이치(中村光一. 게임개발자. 드래곤퀘스트5까지 함께 제작한 뒤, 춘 소프트를 구성, "토르네코의 대모험", "풍래의 시렌" 등 새로운 게임을 선보였다.)로부터 "포트피아라면 패미콤으로도 가능하겠네요."라는 말을 듣고,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이 '새로운 게임기'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HORI06.jpg  나카무라씨와 함께 "포트피아~" 등의 게임을 패미콤으로 제작한 이후,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 호리이 유지는, 1986년 일본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 "드래곤 퀘스트"를 선보이기에 이른다.

  토리야마 아키라 등의 도움을 받아 처음에는 5개월 만에 제작된 "드래곤퀘스트"는 당시 카세트 테입을 사용하던 상황에 맞추어 64KB라는 초소형의 게임으로 제작되었다.

  그것은, 1983년 에닉스의 도움으로 파견되었던 "애플 페스트(미국의 PC인 APPLE 시리즈의 행사)"에서 접한 "위저드리"의 영향을 받은 게임이었지만, 그가 전에 만들었던 게임이 그렇듯, 그 만의 독특한 요소들이 충실히 들어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문제는, RPG라는 게임이, 어드벤쳐 이상으로 일본 게이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하여 그는 당시 자신이 연재 하던 소년 점프에서 "롤플레잉이라는 재미있는 게임이 나온다!"는 내용의 기사를 선보이며, RPG 게임이 어떤 것이며 동시에 어떤 재미가 있는지를 꾸준히 설명하였다.(이것은 또한, 그 자신도 RPG가 뭔지를 이해하는 결과가 되었을까?)

  그리하여 "드래곤퀘스트"가 나올 당시에는 'RPG가 어떤 것'인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풀뿌리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 할까?


  그리하여, "싸워서 강해져 간다."는 개념과 "글을 통해서 이야기를 체험해나가는 게임"이라는 요소를 도입한 "드래곤퀘스트"는, 당시 일본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액션 게임과는 차별된 모습으로, 흥미를 끌었고, 당시 100만카피라는 놀라운 판매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후속작 "드래곤 퀘스트2~악령의 신들~"는, 파티 시스템이라는 요소를 도입했음에도(아니 그렇기 때문에?) 200만 카피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것은 -그 자신은 그다지 압박을 받지 않고 제작했다는- 세 번째 작품, "드래곤 퀘스트 3~그리고 전설로...". 로토의 피를 이은 후손들의 활약을 그린 두 작품에 이어 "드래곤 퀘스트" 세계관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용사 로토(아렐)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드래곤 퀘스트는 드디어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만한 사건의 주역이 된 것이다.

  그것은 1988년 2월 10일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당시 평일(수요일)이었음에도 발매일 전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 수많은 이들이 철야로 줄을 선 것이다. 전국 각지의 판매점에서 줄을 섰지만, 그 중에서도 빅카메라 이케부쿠로 히가시구치(ビックカメラ池袋東口) 앞에는 전날부터 늘어선 행렬이 최종적으로 1만명을 초월하는 장대한 규모가 되어, 언론에서 취재에 나섰던 것이다.

  휴가를 낸 직장인이나 백수 만이 아니라, 학교를 무단결석하면서까지 게임을 사러온 학생들까지 등장하고, 결국 게임을 사지 못한 소년들에 의한 협박이나 절도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 것.(그 밖에도 일부 작은 매장에선 다른 게임의 끼워팔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엔딩 화면을 공개한 잡지에 대한 저작권 침해 고소 문제 등도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4편 이후에는 발매일을 학교의 휴일인 토요일이나 공휴일로 바꾸었지만, 그 행렬은 매번 출시일마다의 계속 늘어났으며, 8편이 출시된 2004년 11월 27일에도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은 계속되어 항상 뉴스의 대상이 되었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바로 이 작품에서는 종반에 또 하나의 세계와 보스가 등장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에 대한 누설(스포일러)을 막기 위해 당시 잡지 만이 아니라 공식 가이드 북에서조차 그 세계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감추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회적 현상'까지 가져온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그 후 꾸준히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계승하였고, 그 후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상품들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현재 9편 별하늘의 수호자(星空の守り人)를 제작 중인 그는 무엇보다도 '재미'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드래곤 퀘스트"로 대표되는 RPG 외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보드 게임 "승리 스트리트"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는 그 자신, 게임 이외에 다른 일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그 자신이 창조한 "드래곤 퀘스트" 세계에 대한 수많은 작품들을 감수하며 더욱 새로운 재미들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호리이 유지 작품 목록

  초기에는 만화 원작이나 다른 서적들을 내기도 했지만, "드래곤 퀘스트"의 성공 이래 그는 오직 드래곤 퀘스트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같은 게임들도 선보임으로서 그 세계는 더욱 넓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서는 그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여러 작품에 대해 소개해 본다.


1. 게임

포트피아 연속 살인 사건(ポートピア連続殺人事件) - 1983. 어드벤쳐.
홋카이도 연쇄 살인 오호츠크로 사라지다.(北海道連鎖殺人 オホーツクに消ゆ) - 1984. 어드벤쳐
카루이자와 유괴 안내 (軽井沢誘拐案内) - 1985. 어드벤쳐

드래곤 퀘스트(ドラゴンクエストI) - 1986. RPG
드래곤 퀘스트II~악몽의 신들(ドラゴンクエストII 悪霊の神々) - 1987. RPG.
드래곤 퀘스트III~그리고 전설로(ドラゴンクエストIII そして伝説へ… ) - 1988. RPG
드래곤 퀘스트 IV~인도되는 자(ドラゴンクエストIV 導かれし者たち) - 1990. RPG
드래곤 퀘스트 V~천공의 신부(ドラゴンクエストV 天空の花嫁~) - 1992. RPG.
드래곤 퀘스트 VI~환상의 대지(ドラゴンクエストVI 幻の大地~) - 1995. RPG
드래곤 퀘스트 VII~에덴의 전사들(ドラゴンクエストVII エデンの戦士たち) - 2000. RPG.
드래곤 퀘스트 VIII~하늘과 바다와 대지와 저주받은 공주(ドラゴンクエストVIII 空と海と大地と呪われし姫君) - 2004. RPG
드래곤 퀘스트 IX(별하늘의 수호자) - 2007년 출시 예정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테리의 원더랜드(ドラゴンクエストモンスターズ テリーのワンダーランド) - 제작 총지휘. 1998. RPG.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2 말타의 신비한 열쇠(ドラゴンクエストモンスターズ2 マルタのふしぎな鍵) - 2001. RPG.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카라반 하트(ドラゴンクエストモンスターズ キャラバンハート) - 제작 총지휘. 2003. RPG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죠카(ドラゴンクエストモンスターズ ジョーカー) - 2006. RPG.
슬라임 울퉁불퉁 드래곤퀘스트 충격의 꼬리단(スライムもりもりドラゴンクエスト 衝撃のしっぽ団) - 제작총지휘. 2003. 액션어드벤쳐.
슬라임 울퉁불퉁 드래곤퀘스트 2 대전차와 꼬리단(スライムもりもりドラゴンクエスト2 大戦車としっぽ団) - 제작총지휘. 2005. 액션어드벤쳐.
드래곤퀘스트 소년 영거즈와 이상한 던젼(ドラゴンクエスト 少年ヤンガスと不思議のダンジョン) - 개발 총괄. 2006. 드래곤퀘스트의 외전격.
드래곤퀘스트 소드 가면의 여왕과 거울의 탑(ドラゴンクエストソード 仮面の女王と鏡の塔) - 2007년 발매 예정. Wii 전용.
토르네코의 대모험 3(トルネコの大冒険3) - 감수. 2002년. 던젼형 RPG.

승리 스트리트(いただきストリート) 시리즈 - 보드 게임.
크로노 트리거(クロノ・トリガー) - 감수. 1995. RPG.
패미콤 챔프II 최강의 7인(ファミコンジャンプII 最強の7人) -시나리오 감수. 1991.


2. 책

즉시 컴퓨터를 알 수 있는 책(いきなりパソコンがわかる本) - 1984. 二見書房.
호리이 유지의 컴퓨터 퀘스트(堀井雄二のコンピュータ・クエスト) - 1988. 二見書房
무지개빛 딥스위치(虹色ディップスイッチ) - 1990. ビジネス・アスキー


3. 만화 원작

탐정모모고(探偵桃語) - 미츠야마 노보루 그림. 1986년에 TV 드라마화.


4. 감수(만화)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DRAGON QUEST -ダイの大冒険-) - 원작 : 리쿠산죠(三条陸). 그림 : 이나다 코우지(稲田浩司)
토르네코 일가의 모험(トルネコ一家の冒険) - 각본 : 코마츠자키 야스히로(小松崎康弘), 그림 : 무라카미 유우코(村上ゆみ子)
드래곤 퀘스트 환상의 대지(ドラゴンクエスト 幻の大地) - 그림 : 칸자키 마사오미(神崎まさおみ)
드래곤 퀘스트 에덴의 전사들(ドラゴンクエスト エデンの戦士たち) - 그림 : 후지와라 카무이(原カムイ)
드래곤 퀘스트IV외전 지옥의 미궁(ドラゴンクエストIV外伝 地獄の迷宮) - 원작 : 리쿠산죠, 그림 : 이나다 코우지
드래곤 퀘스트 열전 로토의 문장~문장의 계승자들에~(ドラゴンクエスト列伝 ロトの紋章 ~紋章を継ぐ者達へ~) - 각본 : 에이시마 쥰(映島巡), 그림 : 후지와라 카무이(藤原カムイ)


(* 토리시마 카즈히코 - 현재 슈에이(集英社)사의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로, 주간 소년 점프에서 기자로서 활동 하던 당시 만화 편집 외에도 다채로운 기획을 통해서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업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HORI18.jpg  특히,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이나 "윙맨", "전영소녀"(카즈라 마사카(桂正和)) 등의 편집을 맡아, 그들의 성공에 절대적인 기여를 함으로서 그들 작가들에게 '스승'으로서 대접받고 있는 그는, "유희왕(遊☆戯☆王)" 등의 작품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근래에도 "원피스", "나루토" 등의 명작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하는 등 "주간 소년 점프"가 현재의 명성을 이룩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업적으로 인하여 그는 2004년 8월 슈에이사의 대표이사가 되었으며, 만화, 게임 등에서 캐릭터로서 선보이기도 하는데, 작가가 아님에도 이 정도로 공적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만화건 게임이건 제작사 이외에는 거의 대접받지 못하는 국내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정말 부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이를테면, 국내 최초의 PC 잡지에서 게임 분야를 맡아 활동하며 초기의 국내 게임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김태인 기자 같은 이들조차 전혀 기억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라그나로크", "그라나도 에스페다"를 제작한 김학규씨를 비롯한 PC업계의 많은 이들이 당시 월간 컴퓨터학습에서 활동하거나 도움을 받았으며, 그보다 많은 이들이 이 잡지의 게임코너를 통해 게임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필자도 마찬가지일까?^^))

  물론, 오래 전부터 미디어믹스 사업이 발달한 일본과 근래까지 '미디어 사업'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한국의 차이로 인한 결과긴 하겠지만, 기자나 편집자는 고사하고 개발자들조차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는(인터넷에서조차 찾지 못하는) 현실은 너무도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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