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5일 목요일

피그말리온 신드롬

고대 그리스 사람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석상을 연인처럼 열렬히 사랑했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마저 감복시킬 정도로 깊은 그의 마음은 여신으로 하여금 석상이 여자가 되게 만들었고 사람이 된 석상은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되어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것은 과연 신화에 불과한 것일까?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시내 구석에 홀로 자리 잡은 다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찻집에 오랜 친구와 함께 앉아 고민을 털어놓은 B, 그의 이야기에 상당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B의 친구 A가 있다.

네 아기란 소리?”
내 아기인지는 아니면 어떤지는 나도 잘......”
너랑 했으니까 내 아기지
야 나랑 했어도 어떻게 내 아기를 낳아!”
그야 했으니까......”

A는 우물쭈물 거리며 성인 여성과 남성이 한 마음이 되어 관계를 가지는 것을 자세히 말하지 못했다그런 원초적인 행위에 대해서 누가 감히 쉽게 밖에 내놓을 수 있을까.
이건 진짜 미친 소리라고 

B는 답답함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일단 여자잖아
기계가 사람처럼 생겼다고 해서 인간이 되냐!”
원래 사람인데 그 사이보그인가 뭐 시기 아닌 거 아냐?”
그건 아니다내가 두 번 확인해 봤는데 확실히 오래되긴 했어도 공장에서 찍어 나온 인간형 생활 보조 로봇 이라고!”
지금도 두 사람이 마주보는 찻집 창문 옆에서도 많이 보이는 사람처럼 보이는 기계들이 거리를 다니고 있다한 눈에 저게 사람인지 사람의 모습을 한 기계인지 식별해 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인간은 혹은 인간처럼은 될 수 없었다생물학적인 인간이 어찌 금속으로 이루어진 기계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B의 안드로이드는 조금 달랐다.
B가 먼저 생활 보조에서 쌓여있는 욕구를 해결하고자 몇 가지 개조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때문에 안드로이드의 인공지능도 진화하여 B의 연인처럼 사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A는 B의 개조 작업을 도와주었던 가장 절친한 친구로 중고시장에서 안드로이드를 구매해온 인물이기도 했다.

걔 데려 올 때도 뭔가 있기는 했지사실 너 전 여자 친구 외모 비슷한 모델로 구한 거잖아?”
그래예전에 그녀랑 이야기 할 때 자기가 일하는 회사에서 어쩌다가 자기를 모델로 하는 시제품 몇 개 있다고 했었지 난 그게 중고시장 같은데 있을 줄 몰랐어.”
좀 신기했지그래서 나도 사게 되어버렸고
맞아처음 나도 보고 엄청 놀랐으니까

B의 전 여자 친구는 프랑스계 알제리 여성으로 동양 여성에 흠뻑 빠져 있었다같은 연구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내 연애를 깊게 했고 이내 B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가 멋대로 연락을 끊고서 홀로 낙태를 한 뒤 사라진 후 완전히 관계가 종료된 사이였다.

체리를 너한테 달라 했을 때는 무슨 미련 때문이었는지 참

생활 보조이자 욕구 해결용 안드로이드를 체리라고 애칭으로 부르는 B를 A는 가만히 차를 홀짝거리며 지켜보고 있다.

B가 한숨을 내뱉고는 조용히 가라앉자 찻잔을 내려놓은 A가 말했다.

아기 DNA는 일치해?”

A의 질문에 B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씨앗은 B, 네 것이고
거기다 웃긴 사실이 하나 있어
뭔데?”
난자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생물학적인 남과 여의 새로운 생명 탄생에 관한 지식을 교류하는 두 사람그리고 너무나 간단한 의문이 해결되어 갔다.

맞아기계가 아무리 씨앗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사람 아기를 낳아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런데 만약
그게 사람 난자와 정자라면 가능하단 이야기잖아
그렇지
결국 기계 자궁 캡슐이라도 자가 개발 했다는 이야기군.”

A의 말이 끝나고 B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으로 찻집 유리 창문 밖을 내다봤다.

밖에는 사람과 사람 아닌 기계들이 마치 하나처럼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A가 가벼운 식사를 주문했다. A는 주문 된 샌드위치를 집어들고 말했다.

그럼 난자는 저장소에서?”
어 기부 받은 걸 가져왔나봐 그리고 기부자는 너도 아는 사람이고
누군데?”
그 사람

A는 한참이나 샌드위치를 들고서 가만히 멈춰있었다.
B가 난감해진 표정으로 지갑을 꺼내 아기 사진을 보여주기 전까지 말이다.

이걸 봐 정말 닮았어.”
“......”

B의 말대로 정말로 B와 전 여자 친구를 닮은 아기와 전 여자 친구를 닮은 안드로이드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다.

왠지 모르게 납득되는 사진이었다감상을 멈추고 A는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A가 샌드위치 한입을 씹고 삼킨 이 후 이야기를 계속 했다.

결국 어차피 낳은 것인지 안드로이드 자궁 캡슐에서 생성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태어난 이상 길러야지
그럴 생각이긴 한데

친구는 망설이고 있었다. A는 초조해진 친구의 어깨를 두들겼다.

괜찮아애 엄마가 안드로이드라도 충분히 개조 하면 사람하고 구별 안 되게 살 수도 있어
정말 그럴까?”
저 밖에도 사람 같은 기계들이 가득하잖아 아 참고로 우리 옆자리 연인들 있지?”
어 저 사람들이 왜?”

A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젊은 연인들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다 안드로이드야여기 점장 소유고
진짜?”
그래몇 달 전부터 손님 끌려고 가져와 자리에 앉혀놨다고 하던 걸정말 사람 같지 않아?”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여기 나갈 때까지 몰랐겠다.”

점장은 나름 아날로그적인 인물로 점잖은 노인이다, A와 B는 찻집 단골로 점장과 한 터울 벗고 아는 사이지만 안드로이드 관련해서는 전문가인A가 더 점장과 교류 중이었다.

어때 괜찮지
그래 알았다아무래도 집에 가서 시청에 낼 서류를 준비 해야겠어

B는 친구의 말에 다짐을 한 모양이다곧 자리에서 일어나 찻집을 나서려는 B에게 A는 물었다.

아이 이름은 정했냐?”
레아
“L.E.A라니 제품명을?”
체리가 그렇게 원해서......”

쑥스러운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는 B는 먼저 고민을 A에게 털어놓을 때보다 행복해져 있었다.

A는 행복한 친구를 향해 농을 던졌다.

팔불출 놈!”
하하

그렇게 고민을 해결한 B는 찻집을 힘차게 나서서 집으로 향해 갔고 A는 샌드위치를 모두 집어 삼켰다그리고 그의 앞에 점장이 다가왔다수염을 덮수룩 하게 기른 백인 남성은 A앞에서 단말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계산은 아까 그 손님이?”
마스터 21초전 계좌에서 전송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A의 눈동자 색이 바뀌었다푸른 색에서 검정으로 다음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변한 것이다.

좋아다음 손님은 그 기록되어 있을지 모르겠는데 무슨 과일 이름이었는데......”
알고 있습니다마스터 체리입니다.”
아 맞아체리체리였지 참

십 분후 프랑스계 알제리 여성이 찻집에 들어섰다그리고 반가운 얼굴로 A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A가 안부를 물었다.

오랜 만이야 체리, B는 요새 어때?”
늘 그렇지아직도 날 안드로이드라고 믿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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